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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합재료의 새로운 영역, 자동차산업
작성자곽성훈
작성일 2015-09-17    조회수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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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글은 다음카페의 "FRP사랑모임"의 미국-워싱턴/Don님이 작성하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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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이 많이 늦어졌네요. 죄송합니다.

 

이번엔 복합재료가 앞으로 나아갈 분야인 자동차 산업을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복합재료란 탄소섬유복합재료에 한정된 의미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십여년전인 1990년대 말에만 해도 북미에서 복합재료가 가장 많이 소비되는 분야는 스포츠용품 분야였습니다. 소비되는 양의 약 70% 이상이 이 분야로 들어갔죠. 하지만 당시에도 연구에 투자되는 비용을 따지면 약 90%가 항공우주산업분야였습니다. 그 만큼 복합재료의 향후 격전지는 항공우주분야일 것이라고 예측되었던 거죠. 그 밖의 분야인 토목/건축, 해양, 바이오 등등이 차지하는 부분은 극히 미약했습니다.

 

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연구자금에서는 항공우주분야가 차지하는 부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Boeing 상용기사업부를 비롯해서 Boeing 군수사업부 (과거 McDonnell Douglas), Air Bus, Bombardier, Embraer, Sikorsky같은 비행체 제작 업체나 GE Aviation (터빈엔진 제작) 그리고 Spirit AeroSystems, Space-X같은 신흥업체 역시 복합재료분야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죠.

 

근데 아주 오래전부터 (멀게는 복합재료 태동기인 60년대부터)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자동차산업입니다. 전체 투자비용에 비해서는 여전히 미미하지만 워낙 전산업분야에서 투자비용이 높아졌는지라 자동차쪽에서 쏟아붓는 연구비용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왜 그동안은 이렇게 투자하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요즘은 적극적인 편이죠.

 

북미의 자동차산업에서 복합재료가 의외로 외면당한 것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볼 때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1.     복합재료는 항공우주산업에만 적당한 재료이다: 이는 공업재료로서의 탄생과 그 응용을 주도한 NASA (특히 NASA Langley Research Center)와도 관련이 있는데요, NASA와 같은 국가적 사업을 행하는 단체가 하는 연구는 아마도 자동차산업에서 결정권을 가진 CEO에게는 너무나 먼 나라 얘기같이 들렸을 겁니다. 함부로 뛰어들기에는 단기간 수익을 보여야하는 결정권자에게는 너무 큰 모험인데다 항공우주사업처럼 돈을 때려붓는사업에게나 어울려 보였을 가능성이 크죠. 더군다나 단위무게당 소비되는 연료량을 그램단위로 계산하는 항공사업에 비해 그런 문제에 훨씬 무딘 자동차산업에게는 별로 매력적인 연구분야가 아니었을 겁니다.

2.     복합재료는 채산성이 없다: 과거 70년대 80년대까지만 해도 복합재료는 지금과 같은 고성능의 재료는 아니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금속재료보다 우월할 것이 전혀 없는 재료였죠 (특히 낮은 연성이 가장 문제였습니다). 거기에다가 공정은 몇 배로 복잡하고 돈은 많이 들고 재고로 쌓아두기에도 골치아픈, 한 마디로 자동차사업에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재료였습니다.

3.     복합재료는 이해하기 힘든 재료이다: 흔히 금속재료는 등방성 (isotropic)물질이라고 하고 복합재료는 직교이방성 (orthotropic)이라고 하죠. 그만큼 해석하는데 몇 배로 복잡합니다. 게다가 복합재료는 균질(homogeneous)하지도 않으며 연속적(continuous)이지도 않으며 수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물질입니다 (out-time은 얼마나 되나, tack은 어떠한가, 몇 도에서 경화해야 void를 가장 낮출 수 있는가 등등). 지금도 자동차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금속재료에 경도되어 있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복합재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지 알면 놀라실 겁니다.

4.     금속재료가 여전히 우월하다: 위와 같은 이유로 자동차사업의 결정권자들은 복합재료를 멀리 해 왔는데요 사실 미국에서는 그 보다 더 큰 이유가 있으니 바로 철강업자들입니다. 자동차산업의 발전과 함께 동반성장한 철강업자는 그 누구보다도 파워가 있으며 미국의회에 그 누구보다도 로비하는데 돈을 많이 씁니다.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 바로 금속재료의 우월성이지요. 가격도 싸고 성능도 좋은 데 왜 딴 곳에 눈을 파느냐합니다. 아마도 1, 2, 3번 이유보다도 어쩌면 더 큰 장애물일지도 모릅니다.

현실성이 없다는 이런 이유로 복합재료는 꽤 오래동안 외면당했는데 이게 90년대 말부터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에너지문제 때문이지요. 90년대말 처음 상용 하이브리드차가 나왔을 때만 해도 가솔린 가격은 큰 차를 선호하는 미국인들에게 큰 문제가 아니였습니다 (제 기억에 당시 가솔린 가격은 1리터당 약 25-30센트 정도. 지금은 리터당 약 $0.9-1 정도). 하지만 2000년대 들면서 오일쇼크에 버금갈 정도로 국제유가가 요동을 치자 미국인들도 점차 고연비의 차를 찾게 됩니다 (초기에 엄청난 인기를 몰았던 허머가 2010년 생산중단을 선언한 것이 이를 대변하지요). 게다가 캘리포니아같은 주는 배기가스에 대한 기준을 엄청 강화하여 소위 깨끗한 연료 (clean energy)”에 관심을 갖는데 일조를 했지요 (캘리포니아서는 PZEV가 반드시라고 알고 있습니다).

 

기존의 화석연료로는 연료비용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으며 게다가 깨끗한 연료까지 흉내내려면 다리가 찢어질 판입니다. 이런 트렌드와 맞물려 수소연료니 하이브리드니 자동차업계가 백년 가까이 지켜온 화석연료 기준의 엔진설계에 패러다임이 바뀔만한 움직임이 생긴거죠. 기존 엔진을 재설계해야 한다면 이는 자동차 전체를 어느정도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재설계라는 것은 바로 경량화와 등식관계에 있습니다. 이 때 자동차산업이 눈을 돌린 분야가 바로 복합재료입니다 (복합재료를 이용해 생산한 자동차는 이미 있었습니다. 아마 최초의 양산차량이 Pontiac에서 1984년부터 생산한 2인승 스포츠쿠페 Fiero일 겁니다. 다만 재료가 탄소섬유가 아닌 유리섬유여서 무게를 그다지 많이 줄이지 못 했던 데다가, 차체의 안전은 금속프레임에 의한 것이었고 복합재료는 단지 겉모습 치장을 목적으로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때는 2000년대이니 이미 항공우주분야에서 그 성능을 검증받은데다가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복합재료 가격이 20년전과는 달리 대폭 하락했습니다 (미국 일본을 제외한 많은 국가에서도 탄소섬유의 탄화법carbonization에 성공한 것이 큰 이유지요). 게다가 위에 언급한데로 에너지를 둘러싼 각종 관련법안이 입법화되자 철강산업의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했고요. 불과 20년전에 비해 복합재료를 도입하는데 있어 자동차업체 결정권자들이 훨씬 수월하게 결정을 할 수 있는 때가 온 것이지요. 실패해도 그닥 크게 책임을 물 필요가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위에 언급했던 4가지 이유중 3가지가 어느정도 해결된 셈이고 마지막 남은 관문이 이제 3,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것만 남았습니다.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다 말씀드리기에는 너무 방대하고 전문적이어서 몇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1.     기존 공업재료와는 다르다: 특히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들은 기존의 금속재료에 익숙해 있고 금속재료의 해석은 비교적 쉽습니다. 현재 배출되는 엔지니어야 복합재료에 대해 충분한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되지만 기존에 있던, 현재 시니어급의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 (즉 금속에 대한 지식)만으로 복합재료를 다룰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세대와 후세대의 견해차가 심하지요. 의외로 이 격차를 줄이지 못해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습니다.

2.     변수가 너무 많다: 앞서 언급한대로 복합재료는 기계적물성 조차도 정의내리기가 힘들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다가 열적물성, 화학적물성의 다양함까지 합하면 한 두 사람의 엔지니어가 다루기에는 벅차지요. 적어도 복합재료에 투자하려면 제대로 교육받은 각 분야의 엔지니어 수십명 정도가 팀을 이뤄야 제대로된 성과가 나옵니다.

3.     많은 기술과 경험을 요구한다: 위와 같은 이유때문에 기술과 경험을 골고루 갖춘 엔지니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는 1, 2년만에 이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4.     고성능 컴퓨터 파워를 요구한다: 컴퓨터의 발달로 인해 복합재료 분야도 예외없이 컴퓨터에 많이 의존하는 편입니다. 컴퓨터 해석은 분자단위의 분자동력학 (molecular dynamics), 시료 및 구조재 단계의 유한요소해석 (FEA), 동체단계의 전산유체해석 (CFD), 그리고 tooling, curing, consolidation 등등에 대한 시뮬레이션 등 많은 분야에 걸쳐 존재합니다. 이를 정확히 해내기 위해서는 투자가 많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분자동력학같은 경우에는 심지어 슈퍼컴퓨터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5.     해석이 다양할 수 있다: 위에 모든 걸 갖추고도 해석이 분분할 수 있는 게 복합재료입니다. 똑같은 문제에 대해서 어떤 이론을 이용했는지, 어떤 해석툴을 이용했는지, 어떤 실험법을 썼는지, 어떤 실험기구를 썼는지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는데 이는 때때로 현장에 있는 엔지니어를 속된 말로 빡 돌게만들기도 하지요. 예를 들어 복합재료의 기계적물성 예측이론만 해도 지난 40년간 (비교적 알려진 이론만 세어봐도) 30-40개 정도는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2000년 이후만 해도 발표된 크고 작은 이론이 수없이 많죠. 그만큼 많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한 개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는 것이며 또한 그만큼 해석이 다양할 수도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위에 언급한 문제만 해도 사실 (오래동안 기술을 축적한 항공우주산업에 비해) 경험없는 자동차산업이 뛰어들기에 장애가 큽니다. 그래서 이들이 제일 먼저 하는 게 저희같은 복합재료업체에 문의를 하는 것이고 둘째는 협력연구를 진행하며 셋째는 항공업체에서 뼈가 굵은 엔지니어들을 영입하기도 하지요.

 

기존의 Big 3나 그에 상당하는 자동차업체들은 사실 내부구조조정하는 것만 해도 상당한 돈이 듭니다. 그래서 새로운 사업분야에 뛰어드는 게 쉽지 않죠. 그런 걸 감안하면 최근의 BMW의 행보는 귀감이 될 만합니다. 전기자동차 모델인 i3의 경우 외장차체뿐만 아니라 프레임까지 모두 탄소복합재료로 양산을 시작했는데 이는 6천억원에 달하는 연구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투자할 수 있는 업체보다는 못 하는 (혹은 안 하는) 업체가 훨씬 많죠. 이는 대부분의 제조업체와 마찬가지로 자동차산업의 기존업체들은 체구가 크고 의사결정이 오래 걸리다 보니 (특히 미국 Big 3의 경우 노조를 설득하는 게 투자자 설득하는 것보다 어려움) 쉽게 새로운 사업분야에 뛰어드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의 자동차업체처럼 의사결정이 한 사람 (혹은 몇 몇 사람)에 집중된 구조가 차라리 이런 사업에 용이하다는 생각입니다. 특히나 이쪽 복합재료분야나 전기자동차분야가 최근처럼 빨리 빨리 돌아가는 걸 보면 Big 3같은 업체는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다만 한국의 업체가 관심이 있느냐가 문제겠죠.

 

이런 점에 있어서 제가 생각하는 가장 적합한 업체는 전기자동차 업체인 TESLA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Tesla의 분위기는 기존의 자동차업체보다는 최근의 페이스북같은 IT업체에 더 가깝습니다. 젊은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Elon Musk)의 창업신화라든가 그의 이후 행보 등을 보면 새로운 사업분야에 뛰어드는 걸 전혀 두려워 하지 않을 뿐더러 그에 대한 실패도 결코 회사를 망하게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Tesla의 두 번째 모델인 모델-S에는 이미 스포일러에 탄소복합재료가 쓰이고 있고, 세 번째 모델인 모델-X에도 일부 쓰일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비구조재 (non-structural components)에 제한된 것이었죠. 차세대 모델인 모델-E (정식명칭 아님)의 경우엔 외장 전체를 복합재료로 할 계획이 있는가 보던데 이는 의미가 큽니다. 일단 모델-E는 이전 모델 가격의 반에 불과한 실질적인 “passenger carrier”를 목적으로 한 양산형 모델입니다. Tesla측의 말로는 연간 생산량이 20만대가 넘을 거라고 하더군요. 게다가 BMW처럼 구조재 (structural components)에도 복합재료를 쓸 예정이라고 하니 단순한 스포일러 디자인과는 다른, 깊이있는 연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Tesla의 회사분위기는 CEO가 최종결정을 하되 저 아래의, 일선의 엔지니어들에게도 그 전공분야를 존중하여 그 엔지니어가 내린 결정은 그대로 반영된다고 하더군요. 이런 이유때문에 제 생각에 가장 공략(?)해야할 업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일론 머스크가 CEO로 있는 Space-X같은 항공우주업체는 복합재료 전문가가 득시글합니다. 근데 Tesla에는 이제 겨우 한 두명 입사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Space-X하고 그다지 협력할 생각도 없다고 하더군요. 제 짧은 생각으론 가장 먼저 얘기를 해 봐야 할 업체인 것 같은데요.

 

최근 Tesla의 행보는 복합재료업체에게는 희소식입니다. 첫째는 위에 언급한데로 양산형 모델의 생산으로 인해 복합재료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는 최근 발표했다시피 자신들의 배터리 특허기술을 일반에게 공개한다는 것인데 이는 기존의 자동차업체뿐만아니라 신규업체까지 대량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번의 배터리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를 보면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인 Nissan Leaf 50-60 마일, BMW i3 90-120마일인데 비해 Tesla의 기술은 독보적으로 저가형이 200마일, 고가형이 300마일에 이를 정도로 우수합니다 (게다가 2015년까지 북미에서는 사방 300마일 이내에 어딜가도 충전이 가능하도록 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런 기술이 공개된다면 심지어 중국 인도의 업체까지도 이 시장에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기자동차의 미래가 현재 관점으로 배터리기술과 함께 (저가형) 복합재료 적용에 있다고 볼 때, 이는 세계 복합재료 시장마저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도 제가 알기로 탄소섬유를 생산하거나 그에 가까운 업체가 세 개에 이른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Toray 공장이 그 중 하나고, 효성이 최근에 탄소섬유 생산에 성공했으며, 태광이 탄소섬유 프리커서 (precursor) 생산에 성공했다고 들었습니다. 중국 역시 저가형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가 몇 개 되며 일본은 Mitsubishi Toray를 선두로 여러 개의 군소업체가 생산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자동차산업은 비행기산업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생산량이 많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따라서 Tesla의 생산량확장과 신규업체의 등장은 세계 탄소섬유 및 복합재료시장의 판도가 바뀌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근데 기존의 복합재료업체 (프리프레그 생산업체)들은 이미 생산량이 주고객인 비행기산업 요구에 맞추기도 벅찰 정도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비행기제작사들은 이미 앞으로 수년 정도까지는 생산량의 일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복합재료업체 역시 그 일정에 맞추어 생산한다면, 자동차생산량에 맞춰 생산이 가능한 업체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게다가 항공산업용 복합재료와 자동차용 복합재료는 급이 다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를 예로 보면 스포츠용품급 (자동차용으로도 납품함)의 프리프레그 가격은 항공산업용의 겨우 1/10에서 1/20에 불과합니다 (항공산업용의 정확한 가격은 회사내에서도 알고 있는 사람이 몇 사람 안 될 정도로 탑 시크리트라서 저도 모르지만 대충 짐작하기에). 항공산업용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도 전세계적으로 몇 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용으로는 좀 과장하면 누구나 뛰어들 수 있을 정도로 장벽이 낮기 때문에 값싼 중국산 프리프레그도 얼마든지 시장을 장악할 수 있겠지요. 이런 이유때문에 마켓쉐어가 큰 기존업체들은 자동차산업에 뛰어들기를 꺼려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복합재료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자동차 업계의 움직임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업체쪽 말을 들어보면 복합재료 자체에 대해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항공산업쪽 접근법에 대해 꺼려한다는 걸 느낍니다. 일단 항공산업쪽은 첫째도 안전이요 둘째도 안전이고 셋째도 안전입니다. 거기에 상당한 돈을 쏟아 붓습니다. 항공산업에서 새로운 재료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FAA (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시간도 엄청 걸릴 뿐더러 거기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챦습니다. 자동차업체는 이러한 과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기에 연구개발에 소홀한 경향이 있지요. 비행기 동체는 조그만 손상이 있어도 수백명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지만 (과거엔 Bird Strike 연구에 수백 마리의 냉동닭을 진짜 동체모델에 총으로 쏘아서 연구하기도 했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있습니다) 자동차의 경우엔 어지간한 손상은 생명과 무관할 뿐만 아니라 고치지 않더라도 운행이 가능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항공산업쪽의 안전수준은 거의 무시하는 편이죠. 자동차쪽이 많이 요구하는 것은 주로 충격흡수 (자동차 추돌사고시에 차체가 찢어지고 손상이 있더라도 충격에너지만 운전자에 미치지 않는다면 문제없슴), 신속한 공정 (항공산업 역시 비용절감을 위해 빠른 공정을 선호하지만 안전이 우선이기에 딱히 크게 강조하지는 않습니다) 등이지만 현재까지 가장 강조하는 건 역시 미관입니다. 겉에서 보기에 예뻐야 한다는 거죠. 자동차 구입시에 디자인이 아주 중요한 결정요인이라는 건 다들 아실겁니다. 특히나 복합재료의 경우 소비자가 많이 보는 건 직물패턴이 예쁘게 보이냐입니다. 그래서 적층시에 단방향 섬유복합재료(UD fiber reinforced composite)를 밑에 깔고 항상 제일 윗층은 직물복합재료(fabric reinforced composite)로 덮어서 경화시켜 단품을 만들지요. 사실 윗층의 직물은 그닥 구조물 강화에 큰 영향은 없는데도요                                  

 

저희 연구소에서 자동차쪽으로 가장 활발히 연구하는 분야가 경화공정 단축, 주형시 온도 및 압력이 미치는 외관에 대한 영향, 자외선이 미치는 영향 등인데요, 경화공정은 비행기산업쪽은 수 시간에 이를 정도로 길지만 자동차산업쪽은 분단위로, 극단적으로 짧은 공정을 요구합니다. 이렇게 공정이 짧다보면 수지의 점도가 미처 일정수준에 이르기도 전에 공정이 끝나기 때문에 기포가 생기기도 하고 표면에 허연 줄무늬가 생기기도 하는 등 문제가 많지요. 그래서 수지 점도를 적당히 조절해야하고 툴링 (tooling) 디자인도 그에 따라 알맞게 조절해야 물건이 나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짧은 공정에 맞춰 경화온도와 압력도 알맞게 디자인해야 하는데 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고 그 다음은 시행착오를 겪어서 결정되는 편입니다. 자외선의 경우 수지가 오랜 기간 햇볕에 노출될 경우 노랗게 변색되면서 광택을 잃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개발된 수지의 경우 투명성이 장기간 유지되더군요. 이런 모든 연구분야는 항공산업의 경우 거의 무시되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근데 이런 연구가 그닥 부가가치를 크게 높여 주는 건 아닙니다. 자동차 또는 스포츠용품에 쓰이는 복합재료의 경우 탄소섬유 자체도 단가가 낮고 수지도 싸구려만 사용합니다 (워낙 비용절감을 요구하는 고객이 많은지라 이런 식으로 방향이 설정된 것이지 원하기만 한다면 훨씬 고품질의 복합재료도 얼마든지 개발이 가능합니다). 비행산업에서는 (물론 비용절감을 원하긴 하지만) 비용이 얼마라도 좋으니 일정기준 혹은 그 이상되는 물건을 개발해 달라는 요구가 늘 들어오는 편입니다. 그래서 비용 생각하지 않고 개발비를 투자하는 편이지요 (극단적인 예로 NASA가 개발한 PETI 시리즈의 수지는 갤런당 $1,200-1,300에 달하는 극도의 고품질을 자랑하는 수지도 존재합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신규업체나 군소업체가 뛰어들기에는 항공우주산업은 장벽이 높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업체는 낮은 진입장벽 덕분에 앞으로 향후 10년간 판도가 급격히 바뀌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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